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슬로베니아 마리보를 찾게 되었다. 2009년에는 아이스하키세계선수권 Division2였지만, 당시에 우승하고 작년에 덴마크에서 1승으로 잔류에 성공한 덕택에 올해에도 Division1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2년 전에 대한민국 대표팀이 눌렀던 슬로베니아가 작년에 Division2에서 우승한 덕택에 올해 같은 Division1에서 다시 붙게 된 것이다. Division1, 2란 챔피언 쉽 아래 단계로 매년 그룹별 리그를 통해 1위는 상위 리그로 올라가고 꼴찌는 하위 리그로 내려가는 시스템으로 야구로 빗대어 말하자면 1군, 2군정도의 의미이다. 그중 Division1의 B조에게 한국이 포함된 것이다.

유독 이번에는 감기에 걸린 선수가 많았는데, 그만큼 평소의 몸 관리가 안 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치료와 더불어 음식관리와 적절한 휴식을 지도하였지만 계속되는 시합으로 미처 다 회복되지 않은 선수들도 있었는데 한약을 준비해 왔어야 했다는 후회를 여러 번 했다. 정말이지 팀닥터의 역할은 출국하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대표팀이 꾸려진 때부터 이미 선수정보를 수집하고 관리가 시작되어야 한다.

다른 겨울 스포츠들도 마찬가지지만 아이스하키는 어려서부터 추운 환경에 오랜 기간 노출 되어 만성 부비동염으로 고생하는 선수가 많다. 이번 출장에서는 기내에서 이내충만감이나 안와부의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모두 부비동염을 심하게 앓았거나 앓고 있는 선수들로, 침을 삼키거나 비강 내의 압력을 조절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통증이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기내에서 목과 안면에 침 치료를 받았고 현지에서도 꾸준히 치료 받은 결과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통증을 없앨 수 있었다.

기내에서 있었던 재밌는 일로, 대표팀 감독이 심한 편두통을 호소하여 수 천 미터 상공 구름위에서 측두근에 자침하고 유침을 하게 되었는데 침치료를 처음 보는 유럽 승객들이 핸드폰카메라로 찍어대는 헤프닝이 있었다. 정작 당사자는 자침 이후 잠들었는데 말이다. 적어도 이네들에게는 한국의 침술이 김치, 태권도와 함께 뇌리에 오래 남는 기억이 되어주지 않을까? 

 
U18대회에서 선수보호 규정이 강화되어, 올해부터는 전원 마우스피스를 하게 되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마우스피스를 치과에서 구입하거나 격투기용을 인터넷으로 구해오는 등 제각각들이었지만 모두 처음 사용해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우스피스는 평소 연습 때도 착용해서 익숙해 지지 않는 한 호흡을 힘들게 만들어 경기력을 저하시킨다. 특히 감기나 비염으로 호흡을 주로 구강호흡에 의존하면 보다 빨리 지칠 수밖에 없다. 작년까지는 타박이나 근육통을 치료하는 게 주된 역할이었다면, 올해의 마우스피스 도입으로 난데없이 비염치료를 주력해야 했다.

다음 교체시간(change time)까지 30-40초를 전력으로 스케이팅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단전호흡 등 복식호흡을 지도해서 호흡패턴을 미리 개선시킬 수 있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짧은 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호흡 보조근육들을 풀어주는 것과 더불어 흉골-늑골 관절의 움직임을 개선시키는 수기(rib manipulation) 방법으로 선수들의 컨디션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팀닥터는 부상을 예방하고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력 향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박의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접근하여 이학적 검진을 통해 손상 정도를 점검하고 침치료와 테이핑요법을 시술한다. 사암침의 어혈방을 시술하고, 더불어 응용근신경학에서 사용하는 손상회상기법(Injury Recall Technic)도 함께 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주로 발목을 족배 굴곡 시키는 방법이므로 반드시 스케이트를 벗기고 시술한다. 혹여 그럴 일은 없겠지만 스케이트날에 손이 베이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자. 

 

시합 중에 팀닥터는 타박에 아이싱을 해주고 응급상황을 감별해 주는 역할이 주가 되지만 의무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술기는 많다. 특히 침치료, 테이핑과 더불어 manipulation은 선수들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다. 뜸, 온침, 화침, 약침, 부항, 전침, 피부침, 기공, 심리치료 등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선수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2년 전의 기록들을 다시 보며 지금의 내가 이전보다 더 많은 도움을 팀에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2007년 수료한 스포츠한의학회의 팀닥터 프로그램이 올해로 19기째 진행 중이다. 열띤 강연과 배움의 장이 넓혀져서 스포츠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많은 한의사들이 함께 개척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학회 커뮤니티를 대신하고 있는 kasom.tistory.com도 그런 시도의 연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박지훈/ 안산 동인당한의원장, 스포츠한의학회 학술위원

(챔피온쉽에서 내려온 팀답게.. 덴마크 락커룸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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